Title [함께 나누는 이야기] TA 감상문
Poster 졸업생 최규용 Date 2021-12-29 Visit 507


입대를 목전에 앞두고 있는 시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창 고민하던 때에 David 선생님께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와있었습니다. 12월 13일에서 23일까지 학교에서 TA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냐는 제의였습니다. 예전부터 학교에 다시 돌아가 받은 것을 흘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10일 후면 군대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고민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주님 제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하고 기도하던 저의 일차원적인 기도를, ‘주님, 나의 사명은 어디에 있나요?’라는 기도로 바꿔주셨고, 곧 처음 인생의 의미에 대해 사색했던 만방학교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 학교에 발을 디뎠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살면서 평생 이렇게 환영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음에도 너무 기뻐해 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보게 되었던 것은 그저 선배를 향한 존경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배워왔던 사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사랑은 막상 학교에 들어올 때까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었던 저의 복잡한 마음가짐을 사명받은 사람의 모습으로 바꾸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졸업하기 전 12학년 때 새벽을 깨워 아이들과 새벽묵상과 기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것을 아직도 종종 생각한다는 동생들과 함께 다시 6시에 일어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였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들이 새벽을 깨워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우선순위가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확신했습니다. 그들의 신앙적 성숙도를 보며 저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입대하는 그곳에서 반드시 예배를 세우는 선교사적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선생님들의 삶이었습니다. 만방을 졸업하신 젊은 선생님들은 청춘을 갈아가며 헌신하고 계셨고, 다른 모든 만방학교의 선생님들도 인생의 황금기를 포기하며 학생들을 사랑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학생일 때에도 그것을 머리로 알았지만, 실제로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일주일 정도 겪어보니 만방학교 선생님의 삶 속에는 철저한 자기부인 밖에 없었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신 선생님이라면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때로는 사랑을 쏟아붓고 있는 학생들도 알아주지 못함에도 묵묵히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삶은 제게 그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좁은 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선생님들의 삶은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길임을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또한 선생님의 관점으로 보는 학생들은 제게 하나님의 마음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내게 잘해준 것은 없지만, 저는 그 아이들을 분명히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들의 마음 한가운데에 있는 보석 같은 것들이 제 눈에 아른거렸고, 이를 통해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기로 선택하면, 사랑은 커집니다. 이 아이들을 사랑하기로 선택하였기에 저는 그 아이들이 더욱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기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미 무한대의 개념을 뚫어내신 하나님의 사랑은 지금도 더욱 커져가고만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곳, 그곳이 만방사관학교입니다. 

싱가포르의 명문대를 다니다 보면 세상의 기준에 저를 맞추고자 할 때가 많아집니다. 금융권, 컨설팅, 빅 테크 기업의 취직 등을 바라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 꿈꿔왔던 사명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누군가와 ‘사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진학 상담 시간을 가질 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It is about finding a college that fits you, not you who fits the college. You already have a good story to tell. Make your story. No, actually, FIND your story.” 이 이야기를 스스로 골똘히 묵상해보니 어쩌면 이 말은 제가 그 학생들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게 하고 계셨던 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사명은 좋은 기업과 세상이 원하는 넓은 길에 스스로를 맞추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저의 과거 속에 사명을 숨겨놓으셨습니다. 제가 해야할 일은 그를 찾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순종하는 데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곧 TA가 끝나고 저는 일상생활, 그리고 새로운 환경으로 입장합니다. 이 귀한 시간은 제게 큰 선물이 되었고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던 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힘을 얻고 좁은 문, 협착한 길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마태복음 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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