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독후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를 읽고
Poster 이건호 Date 2022-06-22 Visit 94


열방 나무 / 예비 졸업반 이건호(11학년)
 

전에 누리홀에서 기타를 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CSL의 한 친구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작곡도 한다면서? 대단하다…’ 무엇인가 부끄러운 마음에 그 친구에게 작곡하는 것이 별일 아니라는 듯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코드 몇 개에 음만 붙이면 되는 게 작곡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 책의 저자인 히사이시 조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펄쩍 뛰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말하지 않았을까. 히사이시 조씨는 음악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음악을 향한 열정을 느낀 것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그 작곡가이자 지휘자이며 피아니스트이고 또 영화음악가이기도 한 이 책의 저자의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부터 배운 지혜들을 이 글에 적어보려한다.

어렸을 때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시고 또 좋아하셨던 부모님의 손에 이끌리어 오케스트라 공연에 자주 가고는 했다. 그 공연장에서 내가 매료된 것은 한 홀을 가득 채우는 오르간도, 심장을 울리는 듯한 팀파니 연주도 아닌 지휘자의 한 손짓 한 손짓이었다. 강인하지만 부드러운 움직임 그리고 그 움직임에 하나의 소리를 내는 오케스트라. 히사이시 조는 이 지휘에서 중요한 것을 ‘힘을 빼는 것’이라고 썼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일”이다. 지휘자와 같은 전달자들은 ‘힘을 빼지 않으면 그 메시지보다 자신의 열심만 전해지기 마련이다. 찬양팀에서 기타를 치며 형들에게 많이 배운 것 중 하나는 힘을 빼는 것. 나의 의를 줄이고 그 자리에 메시지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힘을 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명확한 비전을 지니는 것’이다. ‘지휘한다’라는 것은 한 지휘자가 가진 음악적 메시지를 오케스트라에게 또 청중들에게 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명확한 비전 없이 완벽한 지휘를 할 수 없다. 모든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에 이 두 가지 지혜를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찬양팀, 합창단, 연극부 등. 우리 학교는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가 참 많다. 그 모든 자리에서 힘을 빼는 것, 또 상황에 맞는 나의 비전을 가지는 것. 그 두 가지로 전달자의 역할에 임하는 것에 더 충실하게 임하려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작곡을 한다. 요즘은 곡을 쓰는 것에 더욱 흥미가 생겨 따로 작곡 전용 노트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작곡’이라 불릴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더욱 집중하여 글을 읽어나갔다. 글을 읽던 중, ‘도저히 곡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이 우선한 것”이라는 표현을 읽었을 때 비로소 작곡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곡을 쓰겠다 마음을 먹었을 때 영감을 얻기 위해 여러 좋은 글귀들을 읽어보고 괜히 감성 있는 영화를 보기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좋은 곡이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글귀도, 영화도 깊이 있게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있는 일이 있었고 생애 처음 도저히 ‘곡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껴 무작정 기타를 잡았었다. 그때 쓴 곡은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내 손으로는 쓰기 부끄럽지만 ‘작곡’이라 불릴 만한 가치가 있다 느꼈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 또한 작곡과 비슷하지 않을까?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렇다.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알고 세상에 퍼트릴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며 사는 사람들은 도저히 본인의 소중한 생명의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는 마음이 우선하여 살아간다. 그런 삶에는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고 하나님의 능력이 더해진다. 작곡가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명확한 비전에 달려가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을 지닌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다.

마지막으로, 현대음악에 대한 생각을 써보려 한다. 음악이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지금, 현대음악의 다른 이름은 상업음악이 아닐까. 저자는 내게 한 질문을 던졌다. “상업주의 속에서 음악은 풍요로워졌는가?” 물론 음악은 상업주의 아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상업음악의 한계는 명확하다. 짧은 러닝타임, 그 속 틀에 박힌(다른 말로는 대중의 입맛에 맞춘 주제로 쓰여진 곡들의 깊이는, 감동은, 울림은, ‘음악’의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고도 한참 남을 것이다. 싸이의 음악을 난 싫어한다.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뛸 수 있는 음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음악에서 음악적 쾌감, 즐거움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없었다. ‘Creation’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무겁다. 창조에는 분명한 목적과 계획이 존재한다. 하나의 창조에 의해 인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가벼운 음악들이 양산형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요즘, 히사이시 조씨와 같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내가 배운 것은 무조건 옛날 클래식 음악이나 30분이 넘는 교향곡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분노, 술 이별 사랑 같은 가벼운 주제로 물든 현대의 음악들을 들을 때 분별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할지 몰라도 그 영향은 거대하다. 그러니 올바른 가치관과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음악을 더욱 많이 듣고 즐겨 듣던 락이나 힙합 음악 속 부정적인 곡들을 최대한 멀리하려 한다.

책을 읽기 전 ‘음악으로부터 얻은 지혜가 내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글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히사이시 조씨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고찰은 예상보다 더 깊었고, 이 지식의 바다 속에서 주은 지혜들은 금방 내 삶에 적용 가능해 도움이 되었다. 미와 미b, 두음의 Hz차이는 고작 18이다. 그러나 이 18Hz의 차이가  메이저와 마이너로 화음을 바꾸듯, (C Major-도미솔 C Minor-도미b솔) 이 책에서의 지혜가 나에겐 18Hz의 차이가 되어 선명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을 기대한다. 누군가와 음악 이야기로 3시간을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에게는 깊은 음악적 사고를, 그저 흥미 정도만 있는 사람에게도 본인의 세계에 초대해 음악적 수다를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과 유쾌함을 모두 가진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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